나는 남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사람중에 한명이다. 남눈치를 안보면 싸가지 없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너무 과할정도로 눈치를 보게 되었다. 정말 눈치 보지 않는게 이기적이라고 통상할 수 있는 것일까?

“너무 자기중심적인 거 아니야?”
“그래도 주변 사람 생각은 해야지.”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거나, 기대에 맞춰 움직이지 않을 때 이런 말을 쉽게 꺼낸다. 그 말 속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다. 남 눈치를 보지 않으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눈치를 본다. 거절하기 전에 분위기를 살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킨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혹은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자기 기준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눈치를 보지 않는 태도’와 ‘이기심’을 동일시하는 이 오해는, 생각보다 많은 관계와 선택을 왜곡시켜 왔다.
눈치는 배려가 아니라 ‘불안 관리’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눈치를 배려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한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상황을 고려하고,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물론 이런 눈치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눈치는 배려라기보다 거절당하거나 미움받을까 봐 느끼는 불안의 반응에 가깝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걱정해서라기보다, 관계가 틀어질까 두려워서 행동을 조정한다. 그래서 눈치는 상대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방어인 경우가 많다.
이런 눈치는 관계를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뒤로 미룰 뿐이다. 말하지 않은 불편함은 쌓이고, 누적된 불만은 언젠가 다른 형태로 터져 나온다. 그때 관계는 더 크게 흔들린다.
그럼에도 눈치를 덜 보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쉽게 말한다.
“저 사람은 자기밖에 모른다.”
하지만 실은 그 사람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덜 중심에 두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눈치를 안 본다고 해서,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말은 오해를 부르기 쉽다. 마치 남의 감정이나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태도를 의미할 수 있다.
눈치를 안 본다는 건, 모든 반응에 즉각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상대의 감정을 인지하되, 그 감정에 자신의 선택권을 전부 넘기지 않는 태도다.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반면, 눈치를 덜 보는 사람은 고려는 하지만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다.
상대가 실망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선택이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면
감당할 책임을 지겠다는 전제 아래 결정을 내린다
이건 이기심이 아니라 자기 결정권이다.
모든 선택에는 누군가의 기대를 어기는 순간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걸 피하려다 보면, 결국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한다.
눈치를 안 보는 태도는 관계를 깨뜨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지우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진짜 이기심은 눈치를 보지 않는 게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태도로 사람을 판단한다. 말을 세게 하면 이기적이고, 조심스러우면 배려 깊다고 여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더 중요한 기준은 태도가 아니라 책임이다.
자기 의견을 말하면서도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선택으로 인해 생긴 갈등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
이런 태도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성숙하다.
반대로, 늘 눈치를 보며 맞춰주다가 어느 순간 아무 말 없이 관계를 끊거나, 뒤에서 불만을 쌓는 태도야말로 무책임한 행동일 수 있다. 겉으로는 배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방식이다.
눈치를 안 본다는 건 무례해지는 게 아니다.
무례해지는 건, 선택의 결과를 남에게 떠넘길 때다.
마치며
“남 눈치 안 보면 이기적인 사람이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을 조용히 묶어왔다. 이 문장은 타인을 배려하게 만들기보다는, 자기 기준을 숨기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이기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더 솔직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눈치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다.
그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우리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