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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린다”는 말의 부작용

by sowantyy 2025. 12. 20.

늘 긍정적으로 살라는 강요에 나는 더욱 반발심이 든다. 과연 긍정적으로 살면 인생이 잘 풀리는 것일까.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걸까? 난 그 관념에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린다”는 말의 부작용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린다”는 말의 부작용


힘들다고 말하면 이런 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마음먹기 나름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잘 풀려.”
이 말들은 대체로 선의에서 나온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고, 희망을 주고 싶어서다. 실제로 긍정적인 태도가 삶에 도움이 되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 말이 만능 해결책처럼 사용될 때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린다”는 믿음은 듣기에는 따뜻하지만, 많은 사람을 조용히 압박하고 고립시킨다. 이 문장이 가진 부작용은 생각보다 깊고,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판단력과 감정 건강까지 흔들어 놓는다.

 

긍정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 항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문제를 직면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상황이 명백히 잘못되었을 때도 우리는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달랜다.
“괜찮아질 거야.”
“지금은 과정일 뿐이야.”
“나만 힘든 건 아니잖아.”
이 말들이 반복되면, 문제를 분석하고 구조를 바꿔야 할 시점을 놓치게 된다. 긍정은 현실을 개선하기보다 현실을 견디게 만드는 마취제가 된다. 당장은 버틸 수 있게 해주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이 믿음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더 위험해진다.
과도한 업무, 불공정한 관계, 명백히 손해 보는 선택 앞에서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설득한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힘든 거야.” 그 순간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 태도의 문제로 바뀐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상황을 바꾸는 대신, 감정을 억누르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된다. 긍정은 해결이 아니라 회피의 언어가 된다.

 

긍정 강요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못된 것’으로 만든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불안, 분노, 좌절 같은 감정이 생긴다. 이는 실패나 위협을 인식하게 하는 정상적인 신호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반복되면, 이 감정들은 점점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된다.
힘들다고 말하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되고, 걱정을 말하면 유난스러운 사람이 된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숨기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에서는 점점 고립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기 검열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문제야.”
“마음가짐만 바꾸면 괜찮아질 텐데.”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감정은 신호인데, 그 신호를 무시하는 법만 배운다. 긍정은 위로가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규범이 된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억눌린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다른 형태로 튀어나온다. 무기력, 번아웃, 냉소, 혹은 이유 없는 자책으로 돌아온다.

 

잘 풀리는 사람들은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이다


우리가 흔히 “잘 풀린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그들이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감정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안 될 가능성을 미리 계산하고
손해가 나는 선택은 줄이고
감정과 판단을 분리한다
이 태도는 긍정이라기보다 현실 인식에 가깝다.
필요할 때는 불안을 인정하고, 위험을 대비한다. 그러면서도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
진짜 도움이 되는 건 “다 잘 될 거야”라는 주문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긍정은 결과가 좋아졌을 때 따라오는 감정일 수는 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 원인은 대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긍정을 선택하는 능력보다 중요한 건, 부정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다. 불안해도 생각하고, 두려워도 결정하고, 불편해도 움직일 수 있는 힘. 이것이 실제로 삶을 바꾸는 요소다.
마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린다”는 말은 위로로는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원칙으로 삼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을수록 우리는 문제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 환원하고, 감정을 통제 대상처럼 다루게 된다.
긍정은 선택일 수 있지만,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 정보다.
삶이 잘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은,
억지로 긍정해졌을 때가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다.
그때 비로소 긍정은 강요가 아니라,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