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진로 적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그런던 중 어릴때부터 들어오던 좋아하는 일을 찾으란 말들. 과연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
이 문장은 한때 많은 사람에게 용기가 됐다. 하기 싫은 일을 버티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말은 마치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그래서 우리는 진로를 고민할 때, 이직을 생각할 때, 심지어 취미를 선택할 때도 이 문장을 기준으로 삼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은 희망이 아니라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없을 때,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는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닌가 보다”, “열정이 부족한가 보다”라는 식이다.
문제는 이 상식이 너무 단순하다는 데 있다. 좋아함과 성공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조건이 끼어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을 무시한 채 이 문장을 믿으면, 오히려 많은 선택을 잘못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은 ‘잘할 수 있는 일’과 다르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같은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이 분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일은 좋아하지만, 반복할수록 지치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반대로 처음에는 큰 흥미가 없었지만, 하다 보니 감각이 붙고 성과가 나는 일도 있다. 좋아함은 감정이고, 잘함은 능력이다. 감정은 변하지만 능력은 축적된다.
“좋아하니까 계속하면 잘하게 될 거야.”
이 말은 반만 맞다. 좋아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실력이 쌓이지는 않는다. 그 일에 필요한 재능, 사고방식, 체력, 성향이 맞지 않으면 좋아함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순간 그 일이 더 이상 ‘좋아하는 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감, 평가, 비교, 수익 압박이 붙는 순간 감정은 빠르게 소모된다. 취미로서의 즐거움과 생계로서의 일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이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탓한다.
“내가 충분히 좋아하지 않아서 힘든가 보다.”
하지만 사실은 좋아함의 문제가 아니라, 일의 구조가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공은 개인의 열정보다 ‘시장’에 더 많이 좌우된다
성공은 개인의 내면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하고 열정을 쏟아도, 그 일이 놓인 시장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과를 내기 어렵다.
수요가 없는 분야, 이미 포화된 영역, 구조적으로 수익이 나기 힘든 일도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실패의 원인을 계속 개인에게 돌리게 된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내가 진짜 좋아하지 않아서 포기한 걸까?”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어떤 일은 좋아하는 사람의 수보다 기회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때 필요한 건 열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기준은 감정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인 선택 기준으로는 불완전하다. 성공은 좋아함 + 능력 + 타이밍 + 시장이라는 복합적인 조건의 결과다. 이 중 하나만 강조하면 판단이 왜곡된다.
특히 이 상식은 실패한 사람에게 이중의 상처를 남긴다.
성과가 없으면 실패한 것도 모자라,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는 자기 부정까지 더해진다.
성공한 사람들은 ‘좋아해서’가 아니라 ‘버틸 수 있어서’ 남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성공 사례들을 자세히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늘 즐겁게 일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성과가 나지 않는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끝까지 남게 만든 건 좋아함보다 적합성이었다.
그 일이 자신의 성향과 크게 충돌하지 않았고
실력이 쌓일수록 결과가 나왔으며
일정 수준의 보상이 따라왔다
이 조건들이 맞았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공 이후에 “이 일을 좋아했어요”라는 말이 덧붙여질 뿐, 출발점은 반드시 ‘좋아함’이 아니었던 경우도 많다. 우리는 이 순서를 자주 거꾸로 이해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해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일, 시간을 쏟아도 감정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일을 찾는 게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좋아함은 나중에 따라오는 감정일 수도 있다.
마치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한다”는 말은 듣기에는 아름답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진실은 아니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을수록, 우리는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게 된다.
성공은 좋아함의 보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결과에 가깝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은 감정보다 구조와 조건에서 더 많이 결정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그 선택은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